조회는 단 번에 가능하지만, 실제 돈을 받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몇 년 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 명의의 은행 계좌에 몇 푼 되지 않는 예금이 남아 있었습니다. 금액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은행에 가서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이 각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그것을 한데 모아 은행에 제출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금액보다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서류를 준비하는 일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최근 국내 주요 은행에 남아 있는 상속예금이 1조9천억 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돈은 가족들이 그 존재를 몰라서 찾아가지 않은 돈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가족처럼 예금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공동상속인의 서류를 준비하고 은행의 확인 절차를 거치느라 지급이 늦어진 돈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핵심 요약
- 국내 10개 은행의 상속예금 잔액은 2026년 6월 말 기준 1조8,945억 원으로, 2021년 말보다 약 두 배 늘었습니다.
- 상속예금은 존재를 몰라서뿐만 아니라 공동상속인의 서류와 동의, 가족 간 연락 문제 등으로 지급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 재산조회는 단 번에 가능하지만, 확인된 예금을 지급받으려면 해당 은행에서 별도의 상속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상속예금 1조9천억 원, 얼마나 빠르게 늘었나?
박상혁 국회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10개 은행의 상속예금 계좌는 2026년 6월 말 기준 628만5,880좌에 달했습니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77.9% 증가한 규모입니다.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은 더 빠르게 늘었습니다. 2021년 말 9,457억 원이었던 상속예금 잔액은 2026년 6월 말 1조8,945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약 4년 6개월 만에 두 배가 된 것입니다.
| 구분 | 2021년 말 | 2026년 6월 말 | 변화 |
|---|---|---|---|
| 상속예금 잔액 | 9,457억 원 | 1조8,945억 원 | 약 2배 증가 |
| 상속예금 계좌 수 | 약 353만 좌 | 약 629만 좌 | 77.9% 증가 |
상속예금이 증가한 가장 큰 배경은 고령화입니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상속 대상이 되는 예금도 많아졌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은행에 계좌를 나누어 보유하는 금융환경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주거래은행 외에 적금, 연금, 증권 연계계좌, 인터넷은행 계좌 등을 따로 가지고 있다 보니 가족들도 부모님이 어느 금융회사와 거래했는지 모두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예금의 존재를 몰라서 상속예금이 늘어난 것만은 아닙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거나 일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상속재산 분할에 합의하지 못한 경우,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예금은 그대로 은행에 남게 됩니다.
상속예금은 ‘주인 없는 돈’이 아니다
‘상속예금 1조9천억 원이 은행에 잠들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족들이 모르고 찾아가지 않은 돈이거나 주인이 없는 휴면예금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속예금은 일반적인 휴면예금과 성격이 다릅니다.
휴면예금은 오랫동안 거래가 없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 등을 말합니다. 반면 상속예금은 예금주가 사망한 뒤 상속 절차를 거쳐야 하는 예금입니다. 상속인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확인됐더라도 아직 지급 절차가 끝나지 않은 예금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예금 잔액 1조8,945억 원 전부를 ‘가족이 몰라서 찾아가지 않은 돈’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존재를 모르고 있는 돈도 있겠지만, 존재를 알고도 가족관계와 분할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급이 늦어진 돈도 있기 때문입니다.
몇 푼 되지 않는 예금에도 왜 가족들의 서류가 필요할까요?
어머니가 생전에 가지고 계셨던 예금은 어머니 한 분의 재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망 후에는 법에서 정한 상속인들이 함께 권리를 갖는 상속재산이 됩니다.
은행은 찾아온 사람이 사망자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예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정당한 상속인이 누구인지, 배우자와 다른 자녀는 없는지, 상속인들이 예금을 어떻게 나누기로 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한 사람에게 예금을 잘못 지급하면 다른 공동상속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은행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 상속재산 분할협의서,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예금액이 적고 가족 간 다툼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서류를 준비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의 예금도 가족들이 모르고 방치한 돈이 아니었습니다. 예금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이 각자 서류를 준비하고 그것을 모두 모으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보니 상속예금이 은행에 남아 있다는 통계만 보고 “가족들이 왜 자기 돈을 찾아가지 않을까?”라고 쉽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예금액보다 서류 준비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가족들이 모두 가까운 곳에 살고 연락도 원활하다면 비교적 빠르게 서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가족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녀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 살거나 해외에 거주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이나 건강 문제로 서류를 바로 발급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왕래가 끊겼거나 연락처조차 알지 못하는 공동상속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상속인 중 한 사람이라도 연락이 되지 않거나 필요한 협조를 받지 못하면 예금 지급 절차는 길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예금액이 적으면 상속인이 아예 찾기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몇만 원이나 몇십만 원을 찾기 위해 여러 종류의 서류를 발급하고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면, 시간과 교통비가 예금액보다 더 든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소액예금을 아무에게나 지급할 수는 없습니다. 금액이 적더라도 다른 상속인의 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상속 확인 절차를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 간 분쟁이 없는 소액예금에 한해 확인 방법을 간소화하는 것입니다.
조회는 한 번에 되지만 지급은 은행마다 따로다
사망자의 재산을 확인하는 방법은 과거보다 편리해졌습니다. 상속인은 정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해 사망자의 금융재산과 채무, 국세와 지방세, 토지, 건축물, 자동차, 연금 가입 여부 등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사망신고와 함께 시·구청이나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정부24를 통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합니다.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은 사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1년 이내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를 통해서도 사망자의 금융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회 결과에는 거래하는 금융회사와 계좌 존재 여부 등이 안내되며, 정확한 예금액과 세부 거래내역은 해당 금융회사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혼동합니다.
재산을 조회하는 것과 실제 예금을 지급받는 것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안심상속 서비스를 통해 부모님의 예금이 어느 은행에 있는지 확인했더라도 그 돈이 자동으로 상속인의 계좌에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예금이 발견된 은행마다 연락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별도로 지급을 신청해야 합니다.
여러 은행에 소액예금이 나누어져 있다면 같은 일을 은행별로 반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예금을 찾을 때 어떤 서류가 필요할까요?
상속예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는 사망 시기와 가족관계, 공동상속인 수, 분할협의 여부, 예금액, 금융회사의 내부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서류가 요구될 수 있습니다.
|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서류 | 상황에 따라 추가될 수 있는 서류 |
|---|---|
| 상속인의 신분증 | 상속재산 분할협의서 |
| 사망자의 기본증명서 | 공동상속인의 인감증명서 |
| 사망자 기준 가족관계증명서 | 위임장 |
|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 법원의 판결문과 확정증명서 |
모든 경우에 이 서류가 전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가족관계가 복잡하거나 대리인이 신청하면 추가 서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센터에서 서류부터 발급하기보다는 먼저 해당 은행에 전화해 다음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예금 잔액이 어느 정도인지
- 공동상속인이 모두 방문해야 하는지
- 한 사람이 대표로 신청할 수 있는지
-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가 필요한지
- 서류의 발급일 기준이 있는지
- 비대면이나 우편 제출이 가능한지
은행에 따라 소액 상속예금의 절차를 일부 간소화해 운영하기도 하지만, 적용 금액과 필요한 서류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통장과 비밀번호를 알면 먼저 인출해도 될까요?
부모님의 통장과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해서 사망 후 한 사람이 임의로 예금을 인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예금주의 사망 후 해당 예금은 공동상속재산이 됩니다. 특정 상속인이 다른 가족과 협의하지 않고 돈을 인출하면 나중에 재산분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장례비나 병원비처럼 가족을 위해 사용했더라도 사용 금액과 목적을 두고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비용을 지출했다면 영수증과 이체내역 등 사용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부모님에게 예금뿐 아니라 대출이나 보증채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금융재산과 채무를 모두 확인하기 전에 돈부터 인출하거나 재산을 처분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속재산을 먼저 처분한 행위가 법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금뿐 아니라 부모님의 빚도 확인해야 한다
상속인은 예금과 부동산 같은 재산만 물려받는 것이 아닙니다. 대출금, 카드대금, 세금, 보증채무 등도 상속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통장에 돈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예금부터 찾았다가 나중에 더 큰 채무가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망 후에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등을 통해 재산과 채무를 함께 조회합니다.
- 공동상속인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 예금과 부동산뿐 아니라 대출·세금·보증채무도 확인합니다.
- 재산보다 빚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법률상담을 받습니다.
- 상속 여부를 결정한 뒤 금융회사별 지급 절차를 진행합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일반적으로 상속이 시작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기산점과 적용 여부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채무가 의심된다면 법률 전문가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속재산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님이 생전에 거래하는 금융회사를 가족에게 알려두면 사망 후 재산을 확인하는 일이 훨씬 쉬워집니다. 그렇다고 계좌 비밀번호나 인증번호를 눈에 잘 띄는 곳에 적어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비밀번호는 별도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정보를 간단히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거래하는 은행과 금융회사 이름
- 예금·적금·보험·증권·연금의 종류
- 대출이나 보증채무의 존재 여부
- 자동이체 중인 공과금과 정기납부 항목
- 중요한 계약서나 금융서류를 보관한 장소
계좌번호와 잔액을 매번 정확히 기록하지 않더라도, 어느 금융회사와 거래하는지만 가족이 알 수 있도록 해두면 재산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소액 상속예금 절차는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상속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합니다. 가족 중 한 사람에게 예금을 잘못 지급하면 다른 상속인의 권리가 침해되고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쟁이 없는 몇만 원의 예금과 가족 간 법적 다툼이 벌어진 고액 상속재산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현재 일부 은행은 일정 금액 일백만 원이하의 소액 상속예금에 대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지만, 은행마다 적용 기준과 요구 서류가 다릅니다. 여러 금융회사에 예금이 흩어져 있으면 상속인은 각 은행의 기준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 분쟁이 없는 일정 금액 이하 소액예금의 지급 절차 간소화
- 은행마다 다른 상속예금 서류와 절차의 표준화
- 공공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류의 중복 제출 축소
- 공동상속인의 비대면 동의와 본인 확인 확대
-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상속인을 위한 방문·상담 지원
- 재산조회에서 실제 지급 신청까지 이어지는 통합 안내 강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확인은 유지하되, 국민이 같은 서류를 여러 번 발급하고 은행마다 반복해서 제출하는 불편은 줄여야 합니다.
한국할매의 한마디😊
몇 년 전 친정어머니가 남긴 작은 예금을 찾으면서 “돈을 찾는 것보다 남은 가족이 함께 서류 준비하는 일이 더 어렵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평생 살면서 남긴 재산이니 금액이 적더라도 찾아야 했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이 각자 서류를 준비하고 그것을 모두 모으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혼자 남은 고령의 배우자나 연락이 끊어진 가족이 있는 집에서는 얼마나 더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속 절차는 가족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몇 푼 되지 않는 예금을 찾는 데도 온 가족이 서류를 준비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고령화 시대에 현실에 맞는 제도인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호를 위한 확인 절차는 유지하되, 가족 간 다툼이 없는 일천만 원 미만의 소액예금만큼은 조금 더 간단하게 찾을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합니다.
참고자료
- 매일경제 – “유산합의서 내” “형 연락 안 돼”…찾기 힘든 상속예금
- 정부24 –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안내
- 금융감독원 –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
- 저축은행중앙회 –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안내
- 대한법률구조공단 – 상속 관련 법률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