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73세까지 일해야만 할까요?

 

한국인은 왜 73세까지 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미지


연금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노후, 고령층 취업자 1,000만 명 시대의 현실


저는 현재 직장에 다니며 2027년 6월 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60대 직장인입니다. 퇴직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가장 걱정되는 것은 월급이 끊긴 뒤 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 공백입니다. ‘한국인은 평균 73세까지 일한다’는 통계를 처음 보았을 때,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제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보여주는 숫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식 통계가 우리 노후생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국가데이터처가 2026년 8월 5일 발표한 자료「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55~79세 취업자는 1,012만5천 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고령층 10명 중 약 7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기를 원했으며, 희망하는 최종 근로연령은 평균 73세를 넘었습니다. 오래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를 마냥 반갑게만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고령층이 계속 일하려는 이유에는 삶의 보람과 사회 참여도 있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도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데이터처 공식 조사 핵심 내용

항목2026년 5월 조사 결과
55~79세 고령층 인구1,701만7천 명
경제활동참가율60.9%
취업자1,012만5천 명
고용률59.5%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1,178만2천 명
근로 희망 비율69.2%
희망 근로연령평균 73.6세
연금 수령자896만9천 명
연금 수령자 비율52.7%
월평균 연금 수령액88만 원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의 평균 퇴직연령53.0세


고령층은 왜 73.6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할까요?


고령층이 일을 원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것이 건강과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연금과 저축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연금을 받는 고령층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약 88만 원이었습니다.

평균 88만 원이라는 금액은 모든 사람이 국민연금으로 똑같이 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과 개인연금 등 여러 연금 수령액을 조사한 평균이며, 개인별 가입기간과 소득에 따라 실제 수령액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월 88만 원으로 주거비와 식비, 관리비, 통신비, 의료비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집이 있더라도 관리비와 재산세, 각종 생활비가 필요합니다. 월세를 내거나 대출이 남아 있다면 형편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고령층이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53.4%
  •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36.7%
  • 무료해서: 4.3%
  • 사회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3.2%
  • 건강 유지를 위해서: 2.3%

결국 설문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고령자에게 일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한국사회에서 고령층의 취업 증가를 단순히 활기찬 노년의 모습으로만 해석하기에는 좀 아쉬운 대목입니다.


조기 퇴직의 현실


취업 경험자가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둔 나이는 평균 53세였습니다.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이지만 실제 주된 직장에서는 그보다 약 7년 일찍 나온다는 뜻입니다. 53세에 주된 직장을 떠나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소득 공백은 최대 12년까지 길어질 수 있습니다. 퇴직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업·폐업: 24.9%
  • 건강이 좋지 않아서: 22.1%
  •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15.2%


퇴직(53세)과 국민연금 수령(65세) 사이에 소득 공백


우리나라 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출생연도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1969년 이후 출생자가 53세에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떠나고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그 사이의 소득 공백은 최대 12년에 이를 수 있습니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안내 

60세에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이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그 사이에는 최대 5년이라는 소득 공백 기간이 발생합니다. 이를 흔히 ‘소득 절벽’ 또는 ‘연금 크레바스’라고 부릅니다.

직장 퇴직 → 근로소득 중단 → 생활비 부족 → 재취업 또는 조기연금 신청

이런 구조 속에서 퇴직자는 모아둔 돈을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연금을 앞당겨 받으면 그만큼 연금액이 줄어드는 단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퇴직연금이나 충분한 금융자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 5년은 노후자산이 빠르게 줄어드는 위험한 기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연금 수령액의 차이


이번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연금을 받은 고령층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8만 원이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 노령연금만을 뜻하는 금액이 아니라, 조사 대상자가 수령한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개인연금 등을 포함한 조사 결과입니다. 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남녀 성별 차이가 컸습니다. 

    남성: 월평균 113만 원 
    여성: 월평균 61만 원

연금 수령액별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25만~50만 원 미만: 37.7%
    50만~100만 원 미만: 33.2%
    150만 원 이상: 15.9%

특히 여성의 월평균 연금액이 남성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점은, 경력 단절과 짧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앞으로 여성들의 노후에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하고 싶은 노후’와 ‘일해야만 하는 노후’는 다르다


고령자가 계속 일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그동안 쌓은 경험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노후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마음에 맞는 일감을 선택할 권한이 없는 경우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도 당장의 생활비 때문에 쉬지 못하거나, 오랜 경력과 관계없는 저임금 일자리로 옮겨야만 한다면 행복한 노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근무시간과 업무를 선택하기 어렵고 계약기간마저 짧다면 고용 불안도 계속되지요.

따라서 고령층 취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 노후가 안정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일자리에서 얼마를 받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가입니다.

고령층의 고용률이 올라가더라도 생계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한다면 노후 빈곤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일자리 숫자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고령층 일자리 정책도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단순 업무를 하는 공공일자리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회계와 기술, 교육, 조리, 돌봄 등 퇴직 전 경험을 재취업과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기업도 고령 근로자를 비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업무와 근로시간을 설계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하루 8시간의 전일제 근무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주 3~4일 근무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교육과 상담, 현장관리 등의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일할 자리가 아니라 건강 상태와 경력에 맞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고령층 취업자 1000만 명 시대, 월 평균88만원의 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노후생활비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이미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해결될까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업도 숙련된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년 연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법정 정년에 도달하기 전에 직장을 떠나는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은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 채용에 미칠 영향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기존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한다면 세대 간 갈등은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체계를 직무와 역할에 맞게 조정하면서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근로시간 단축 등을 함께 선택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핵심은 정년을 몇 살로 정하느냐보다 실제로 고령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개인도 퇴직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가의 노후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기만을 기다리기에는 각자의 퇴직 시기가 너무 빨리 다가옵니다. 먼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나 ‘내 곁에 국민연금’ 앱에서 자신의 예상 연금액과 수령 시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퇴직일부터 연금 수령일까지 몇 년의 공백이 생기는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그 기간에 필요한 월 생활비가 200만 원이고 소득 공백이 5년이라면, 단순 계산으로도 1억2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물가 상승과 의료비, 예상하지 못한 지출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퇴직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자격을 준비하고, 직장에 다니는 동안 작은 소득원을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블로그나 유튜브 역시 당장 큰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오랫동안 키울 수 있는 작은 소득 기반으로 접근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노후에는 많은 돈을 한 번에 버는 일보다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퇴직 전에 확인할 사항

  1.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과 수령 시작 시기 확인
  2. 퇴직일부터 연금 수령일까지 필요한 생활비 계산
  3. 매달 반드시 나가는 고정지출 정리
  4.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
  5. 퇴직 이후 가능한 일자리와 소득원 미리 준비
  6. 비상생활비를 몇 개월분 확보할지 결정


한국 할매의 한마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그러나 생활비가 부족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가야 한다면 그것을 행복한 노후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73세까지 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일을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는 개인이 일하지 못해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노후 안전망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또한 개인은 국가만 바라볼게 아니라, 퇴직 전에 자신의 연금과 생활비를 점검하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함께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소득원이라도 준비해야 합니다.

73세까지 일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노후가 이 시대의 큰 문제입니다.


참고자료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 2026년 8월 5일.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 안내」.
고용노동부, 「정년 60세 의무화 관련 안내」.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공식 보도계획국가데이터처 발표자료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할매의 생활경제 노트

"삶을 읽고 경제를 공부하는 한국 할매입니다. 우리 주변의 복잡한 경제 뉴스를 할매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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