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뛰었다! 중동발 ‘제2의 물가 충격’이 시작되나

 

국제유가가 다시 뛰었다는 내용의 그림 이미지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5%가량 급등했습니다. 현지시간 8월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의 배럴당 78.18달러에서 82.13달러로 3.95달러, 5.1%가 올랐습니다. 같은 날 국제유가의 기준으로 통하는 브렌트유 10월물도 배럴당 83.55달러에서 87.72달러로 5.0% 상승했습니다.

국제유가가 갑자기 뛴 이유는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재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양국이 제재 해제와 피해 보상 등을 둘러싸고 서로 추가 조건을 내걸면서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졌습니다.

국제유가는 8월 11일 장중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89달러대, WTI는 84달러대로 올라섰습니다. 다만 장중 가격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거래가 끝난 뒤 확정된 8월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국제유가 급등은 일시적인 움직임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장바구니 물가와 대출이자까지 끌어올리는 ‘제2의 물가 충격’으로 이어질까요?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원유 수송 차질이다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이유는 이 지역에 세계 주요 산유국과 원유 수송로가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좁은 해상 통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생산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곳을 지나 세계 각국으로 운송됩니다.

현재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 자체보다 선박 운항과 원유 수출의 차질입니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줄고, 선박 보험료가 오르거나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실제 공급량이 감소하지 않더라도 원유 도입 비용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 지역 정유시설과 선박에 대한 공격, 러시아 정유시설의 가동 차질까지 겹치면서 원유뿐 아니라 경유와 항공유 공급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5% 급등했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오일쇼크가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중동의 긴장이 완화되거나 호르무즈해협 재개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지정학적 위험을 반영한 가격 상승분이 빠르게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한국은 원유를 거의 전량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여기에 반드시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원·달러 환율입니다. 국제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원유 도입 부담 ≈ 국제유가 × 원·달러 환율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5% 올라도 원화 가치가 높아져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국내 부담은 일부 줄어듭니다. 반대로 유가가 오르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원화 기준 원유 수입가격은 더 크게 오릅니다.

중동의 긴장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달러로 이동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이중 부담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도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며, 고물가 시기에는 환율의 물가 전가 정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기름값 상승은 주유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주유소입니다. 그러나 충격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국제유가 상승
→ 휘발유·경유·항공유 가격 상승
→ 운송비와 생산비 증가
→ 식품·공산품 가격 상승
→ 외식비와 서비스요금 상승
→ 가계의 실질구매력 감소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농기계와 비닐하우스에 에너지가 필요하고, 생산한 식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면 화물차와 냉장·냉동시설을 가동해야 합니다. 가공식품도 원료 운송과 제조·포장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택배업체와 배달업체, 버스·화물차 운송사업자도 연료비가 오르면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은 항공사의 유류할증료와 항공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합성섬유·화학제품 등의 생산비도 함께 상승합니다.

기업이 처음에는 비용 증가를 자체적으로 감당하더라도 고유가가 오래 지속되면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비용을 반영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자동차가 없는 가정도 식료품과 생활용품, 택배비와 대중교통 요금 등의 인상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유가 상승의 결과는 결국 가계의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이미지


제2의 물가 충격을 가르는 것은 ‘지속 기간’이다


국제유가가 하루만에 5% 오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높아진 유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느냐입니다.

한국은행의 연구에서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때보다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일 때,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먼저 휘발유와 경유 등 소비자물가에 직접 반영되고, 이후 생산비와 운송비를 통해 개인서비스와 근원물가로 번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 조건이 나타나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일시적인 급등에 그칠 가능성물가 충격으로 확대될 가능성
미국·이란 협상이 진전될 경우갈등과 해상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수송이 정상화될 경우선박 운항과 수출이 계속 줄어들 경우
산유국이 공급을 확대할 경우정유시설과 수송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경우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기업이 비용을 자체 흡수할 경우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전가할 경우


현재로서는 ‘제2의 물가 충격이 이미 시작됐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그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대출이자도 안심하기 어렵다


7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전월의 3.2%에서 2.8%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다시 장기간 상승하면 소비자물가 둔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높아지면 기업은 앞으로 제조원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가격을 미리 인상하고, 근로자는 실질임금 감소를 막기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 가격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됩니다.

물가 압력이 다시 강해지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도 거론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금리는 유가 하나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환율과 경기, 수도권 집값, 가계부채와 금융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가계는 생활비 상승과 높은 대출이자라는 이중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가정과 운송비 비중이 큰 자영업자에게는 충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대응 수단으로는 유류세 인하, 석유 비축분 방출, 원유 수입선 다변화, 정유사와 주유소의 가격 점검 등이 있습니다.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시기를 조정하거나 취약계층에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국제 원유 가격 자체를 낮추지는 못합니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세수가 줄어들고, 공공요금 인상을 장기간 억제하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의 적자와 부채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비축유 방출도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임시 수단일 뿐 무한정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가계에 똑같은 지원을 제공하기보다는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생계형 운전자처럼 유가 상승의 충격을 크게 받는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더 적절할 것입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국제유가가 급등했다는 뉴스만 보고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성급하게 투자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전에 미리 다음 다섯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1. 국제유가가 며칠이 아니라 몇 주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가
  2. 호르무즈해협에서 실제 원유 수송 차질이 확대되는가
  3.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가
  4. 국내 휘발유·경유와 식품 가격에 얼마나 전가되는가
  5. 기대인플레이션과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이 다시 높아지는가

정유·에너지 기업에는 유가 상승이 유리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원유 구매비용과 정제마진,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에 따라 기업별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항공·운송·화학 업종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유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실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 할매의 한마디😊

국제유가가 오른다는 것은 주유소 가격표만 바뀐다는 뜻이 아닙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택배비, 항공료, 공공요금, 나아가서 대출이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하루 5% 급등만으로 제2의 물가 충격이 시작됐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동의 갈등이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지, 높은 유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입니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유가가 내려간 뒤에도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단기적인 가격 억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과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가계 역시 국제유가와 환율, 금리의 연결고리를 살피면서 생활비와 대출 부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기사 및 자료


한국 할매의 생활경제 노트

"삶을 읽고 경제를 공부하는 한국 할매입니다. 우리 주변의 복잡한 경제 뉴스를 할매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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